돌발성 난청… 좁아진 달팽이관 혈관에 바이러스 침범 때문
   
과로·스트레스 탓… 30 ~ 50代 발병률 높아

회사원 강도영(36) 씨는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왼쪽 귀가 멍∼하더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귀를 후벼보기도 하고 퍽퍽 쳐보기도 했지만 귀 먹먹함과 동시에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3일간 증상이 계속돼 이비인후과를 찾은 강 씨는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내원을 조금만 더 지체했으면 달팽이관 신경세포가 많이 손상돼 청력을 잃을 뻔했다”는 의사의 말에 강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은 특별한 원인 없이 고도의 난청과 귀울림, 어지럼증을 보이는 응급질환이다. 보통 하루 이틀 정도 귀의 막힌 느낌과 이명을 동반하면서 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현기증, 구역질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돌발성 난청의 대부분은 한쪽 귀에서만 나타나지만,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의 혈관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좁아지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달팽이관 혈류공급장애(혈관성 요인)와 바이러스가 청각신경을 침범하여 생긴 질환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장년기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30∼50대 청장년층의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귀 특화 의료기관인 소리이비인후과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돌발성 난청으로 병원에 처음 내원한 환자가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돌발성 난청을 호소하며 소리이비인후과에 내원한 환자는 2011년 957명에서 2012년 975명, 2013년에는 1706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0세부터 90세까지 전체 환자 3638명 중 30대가 826명(22.7%)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50대와 40대가 각각 788명(21.7%)과 734명(20.2%) 순으로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돌발성 난청이 과거에는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사회적 활동이 많고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30∼50대에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후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응급질환이다.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병 1∼3일 내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으면 80% 정도 회복이 되지만 일주일 안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영구 청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환절기 감기와 겹치는 경우에는 일시적인 중이염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간을 보내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면 즉시 정확한 청력검사가 가능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 간혹 메니에르병이나 유전 혹은 면역 이상으로 인한 난청과 혼동이 될 수 있으므로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돌발성 난청 치료는 우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7∼10일간 복용하면서 안정을 취하고 청력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적절한 항어지럼증약을 투여한다.

초기 약물치료에 호전이 없고 당뇨 및 고혈압 등 내과적 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투여가 곤란한 경우에는 직접 고막 안쪽에 대한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이 치료 방법은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에 호전이 없던 환자에게 추가로 사용해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뇨나 기타 이유로 전신적 스테로이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도 시도해 볼 수 있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돌발성 난청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에는 큰 소리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가 잦고,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음향 외상성, 저음성 등 다양한 돌발성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진다거나, 삐∼하는 등의 이명이 들릴 경우, 전화통화 시 양쪽 귀의 차이가 느껴진다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과 일어난 후의 청력에 차이가 난다고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27일(水)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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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문화일보 32면 지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