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노리는 빙판길 '척추 주의보'  
 
겨울철 어르신 낙상·골절 예방법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한 손에 장을 본 물건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선희(60·가명)씨가 빙판길에 미끄러졌다.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일어나기 힘들었다. 가까스로 일어났지만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들렀다. MRI 촬영 결과, 척추 압박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뼈가 3분의 1가량이 무너져 척추성형술을 시술받았다.

@ 50대이상 전년比 1.5배 ↑

@ 어지럼증·압박골절 동반
@ 합병증·하반신마비 위험
@ 평소 하체 근력 운동 도움
@ 미끄럼 방지 신발은 '필수'

한강에 조각얼음이 떠다니고 사나흘에 한 번꼴로 눈이 온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기온이 영하 4도로 지난 30년간의 평균기온보다 6도가 낮았다. 지금 한반도는 추위와 눈으로 얼어붙었다. 미끄러운 길에 걸음걸이가 조심스럽다. 특히 어르신들은 눈이 오거나 추우면 문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아니나 다를까.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 윌스기념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낙상으로 병원을 찾는 50대 이상의 어르신이 예년 대비 1.5배, 11월 대비 3배 늘었다.노인은 골밀도가 낮아 뼈가 약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과 비교해 약한 충격에도 골절이 일어나기 쉬운 탓에 노인층에 낙상은 특히 더 위험하다.

안양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신승호 원장은 "골밀도가 극히 낮은 노인의 경우 약간의 충격으로도 척추 압박골절이 일어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낙상 환자 중 많은 수에서 척추 골절이 일어나 병원을 방문한다. 특히, 병원 진료를 조금이라도 지체할 경우, 하반신 마비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낙상하였을 때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신속한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뿐 아니라 노인의 약 50% 정도 가 어지럼증 증세를 갖고 있어 낙상에 주의를 요한다. 보통 노인들이 어지러움을 느끼면 뇌질환이나 빈혈을 의심하지만 실제로는 귀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말초성어지럼증으로 지속시간은 짧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어지럼증의 약 10% 정도가 평형기능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소리 이비인후과 어지럼증센터 이승철 원장은 "노인에서 어지럼증이나 평형감각의 저하가 높은 편이다. 낙상한 노인환자 중 10%에 가까운 수치가 귀의 평형기능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이 원인이 된다. 이에 어지럼증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라면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어지럼증의 원인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빙판이 미끄러워서, 갑자기 어지러워서 낙상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면 척추가 주저앉아버리는 척추압박골절의 위험이 높다. 골밀도가 낮은 탓에 회복도 느리다. 치료가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여러 가지 합병증의 위험이 있고 심하면 마비가 진행된다.

겨울철 낙상과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 시 꾸준하게 하체 근력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과격한 운동보다는 자전거 타기, 러닝머신에서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좋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도 몸을 유연하게 해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신발도 굽이 낮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파악해 조금이라도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났을 때 병원을 내원해 어지럼증의 원인증상을 찾아 바르게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자가진단을 통해 임의적인 약물을 복용할 경우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한파와 폭설이 잦다. 노인들에게 잔혹한 겨울은 쉬이 지나가지 않을 듯하다. 젊었을 때만큼 몸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가벼운 듯하지만 방치하면 큰 아픔을 몰고 오기 때문에 낙상은 노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사고 중 하나다. 평년보다 더 추운 만큼, 폭설이 많은 만큼 발생되기 쉬운 낙상사고, 각별히 주의한다면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을 듯하다.

/김종화기자

도움말/윌스기념병원 신승호 원장, 소리 이비인후과 이승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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